마을의 첫 만남.
루카는 긴 여행 끝에 라넬라 마을에 도착했다. 도시는 언제나 소란스러웠다. 자동차 경적 소리와 사람들의 말다툼, 그리고 쉼 없이 울리는 휴대전화의 알림음은 그의 일상을 지배했었다. 그는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지도를 펼쳐 가장 외진 곳을 찾았고, 그곳이 바로 라넬라였다.
마을 입구에 도착했을 때, 그는 잠시 숨을 멈췄다. 눈앞에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조용히 흔들리는 풀밭, 그 위로 드리워진 은빛 달빛, 그리고 흙길을 따라 늘어선 돌담 집들이 마치 동화 속 장면처럼 느껴졌다. “여긴 정말 다른 세상이구나.” 루카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마을로 걸어 들어가자 사람 몇몇이 그의 존재를 눈치챘다. 나이가 지긋한 노인부터 아이들까지, 사람들은 모두 그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도시에서는 낯선 사람에게 이렇게 따뜻한 관심을 받는 일이 없었다.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로 그를 반겨준 사람은 마을 중앙에 있는 카페의 주인이었다. 이름은 ‘마르코’. 중년의 마르코는 긴 수염과 커다란 손을 가진 인상적인 남자였다. 그는 루카를 보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다.
“여기 처음 오시는 분 같네요. 여행객인가요?”
루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여행 겸, 잠시 머물 생각이에요.”
“좋은 선택이네요. 라넬라만큼 평화로운 곳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조심해야 할 것도 있답니다.” 마르코가 장난스럽게 윙크하며 말했다.
루카는 웃으며 물었다. “조심할 것이라니, 설마 곰이라도 나타나는 건 아니겠죠?”
“곰은 아니지만, 밤에 숲 근처는 피하는 게 좋아요. 오래된 전설이 있거든요. 밤에 홀로 걸으면… 뭐, 이런 얘기는 나중에 해드리죠.”
루카는 그 말이 농담이라 생각하며 넘겼지만, 그의 눈에 비친 마르코의 미묘한 표정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